전 세계권투평의회(WBC) 라이트플라이급 챔피언 장정구(58)씨가 술에 취해 택시기사를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 강남경찰서가 장씨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혐의로 입건한 가운데, 폭행 당시 모습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됐다.

장씨는 지난 20일 저녁 9시20분쯤 강남구 선릉역 인근에서 택시를 내리는 과정에서 택시기사 A씨를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SBS가 지난 21일 공개한 블랙박스 영상에 따르면 장씨는 A씨가 목적지에 도착해 “다 왔다”며 깨우자 “혼나야겠네. 서비스가 뭐요”라며 ‘XXX’라고 욕설했다. 이후 장씨는 A씨와 승강이를 벌이다 주먹 또는 휴대전화를 쥔 손으로 A씨의 얼굴을 가격했다. A씨는 택시에서 내린 뒤에도 폭행이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A씨는 크게 다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의 신고로 출동해 장씨를 현장에서 검거했다. 사건 당시 장씨는 술에 취한 상태였으며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장씨와 A씨를 상대로 조사를 벌여 구체적인 경위를 파악할 예정이다.

장씨는 1980년 프로 권투에 데뷔해 1983년 WBC 라이트플라이급 타이틀을 획득한 뒤 1988년까지 15차 방어에 성공했다. 지난 2009에는 국제 권투 명예의 전당(IBHOF)에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헌액되는 등 한국 복싱기의 전성기를 이끈 인물로 평가받는다.

한편 법조계 일각에서는 경찰이 장씨를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혐의로 즉각 입건한 것을 두고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사례가 경찰 내부에서 ‘반면교사’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전 차관도 장씨와 마찬가지로 택시에서 내리는 과정에서 택시기사를 폭행했고, 사건 당시 택시에 시동이 걸려있었으며 폭행 직후 10m가량 후진한 사실이 알려졌다.

하지만 이 전 차관 사건을 최초 접수한 서초경찰서는 택시기사가 처벌 불원서를 제출했고, 단순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인 점 등을 들어 특가법을 적용하지 않았다. 당시 경찰이 이 전 차관을 입건하지 않고 내사 종결하면서 봐주기 수사 의혹이 불거졌다. 또 이 전 차관이 택시기사에게 증거인멸을 교사했다는 의혹과 외압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큰 파장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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